수학 학습 방법

자신감 갖고 정성 쏟으면 수학, 무한대로 쉬워집니다

우사84 2013. 9. 10. 15:44

"자신감 갖고 정성 쏟으면 수학, 무한대로 쉬워집니다"

 

수학 토크 콘서트서 만난 석학 2인의 조언
풀이 중심 반복적 학습에 흥미 잃는 게 문제
과도한 선행보다 창의력 키워주는 게 중요

 

수학만큼 호불호(好不好)가 극명하게 나뉘는 과목도 없다. 오죽하면 초등학교에서부터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이란 뜻의 신조어)란 말이 공공연하게 쓰일까. 올 초 교육과학기술부는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을 내놓으며 일명 '실생활 연계형 수학'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는 "정부 방침 때문에 수학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며 볼멘소리를 늘어놓는다. 이 와중에 지난달 28일 서울 인터파크아트센터(마포구 서교동)에서 '카오스(KAOS, Knowledge Awake on Stage)'란 명칭의 흥미로운 수학 토크 콘서트가 개최됐다. 김민형(49)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올해 호암상 과학 부문 수상자)와 박형주(48) 포스텍 수학과 교수(국제수학자대회 유치위원장) 등 이날 행사를 진행한 두 석학에게서 '수학 때문에 골치가 아픈 중고생과 그 학부모'에게 건네는 메시지를 들었다.

다음 세대에선 '수학 이해도'가 곧 경쟁력

카오스는 '수학과 대중과의 거리 좁히기'를 목적으로 열린 행사였다. 김민형 교수는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며 수학의 역할은 급격하게 커졌지만 그 과정이 워낙 짧아 수학과 대중 간 거리가 점점 멀어지게 된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박형주 교수에 따르면 수학은 '인간 삶의 상당 부분과 연관돼 있는 학문'이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연구 주제 '안정적 할당과 시장 설계에 대한 실증적 연구 이론'은 개인이나 조직이 입학·취업·결혼 등 수많은 결정의 순간에서 내릴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을 다루고 있습니다. 공동 수상자 중 한 명인 로이드 섀플리(89) 미국 UCLA 명예교수는 세계적 수학자 겸 경제학자죠. 하지만 일반인은 수학자가 왜 경제학상을 받는지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수학이 갖는 강력한 역할을 인식하고 준비한다면 다음 세대는 큰 힘을 갖게 될 겁니다."

두 교수는 요즘 학생들이 수학을 혐오하게 된 최대 이유를 '입시 위주 교육'에서 찾았다. 박 교수는 "오로지 '시험'을 위해서만 공부하다 보니 반복 학습 위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아무리 재밌는 공부도 반복하다 보면 질리게 돼 있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박 교수는 고 1때 자퇴한 후 검정고시를 치러 대학(서울대 물리학과)에 진학했다. 김 교수 역시 중·고교 과정을 홈스쿨링으로 마친 후 대학(서울대 수학과)에 들어갔다.

두 교수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천재'로 귀결된다. 하지만 이들은 '수학 실력이 지능에 비례한다'는 이론엔 동의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수학을 "시간을 들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평균 수학 실력은 굉장히 높습니다. 단적인 예로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사칙연산만 해도 소크라테스·플라톤 시대엔 당대 최고 지식인조차 어려워했던 개념이죠. 중요한 건 '자신감'을 갖는 거예요. 미적분을 공부하는 고교생만 해도 내로라하는 성현(聖賢)보다 무려 수천 년을 앞서가고 있는 셈이니까요."

'반복' 위주 선행학습, 반드시 부작용 야기

'수학 잘하는 법'에 대한 두 교수의 해답은 명쾌했다. "같은 내용이라도 아이들을 고무할 문제를 다양하게 찾아 보여주며 해결하도록 도와주세요.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무리 단순한 덧셈이라도 '1' '1+3' '1+3+5' '1+3+5+7' 등과 같이 일정한 형태(pattern)를 제시하면 아이들은 해결 과정에서 그 형태를 찾아내고 스스로 자랑스러워합니다."(김민형) "문제 풀이보다 영역 확장 쪽으로 시야를 돌려보세요. 가령 미적분을 공부한다면 해당 원리를 발견한 영국 수학자 겸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1642~1727)의 전기를 읽거나 미적분학의 탄생 계기를 조사하는 식으로요."(박형주)

수학 교육에 대한 우리나라 학부모의 조바심은 종종 '과도한 선행학습' 형태로 나타난다. 이런 풍토에 대해 박 교수는 큰 우려를 나타냈다. "재밌어서, 혹은 충분한 동기를 갖춘 상태에서 이뤄지는 선행학습은 얼마든지 권장합니다. 하지만 현행 우리나라 수학 선행학습은 오로지 '반복'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막상 해당 학년에 진학했을 때 공부가 지겨워지는 건 바로 그 때문이죠. 저 역시 중학교 때 독학으로 고교 수학 과정을 마친 게 화근이 돼 학교 공부에 흥미를 잃었죠. 섣부른 선행은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