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학습 방법

노력만큼 돌아오는 수학, 포기하지 마라

우사84 2013. 12. 2. 13:15

노력만큼 돌아오는 수학, 포기하지 마라

 

중학교 수학책으로 다시 시작하다

“2학년 11월 모의고사 때 수학을 25점 받았어요. 우리 반 45명 가운데 45, 문과생 297명 중 279등이었죠. 충격이 커서 아직도 승수를 기억해요. 하하.”

중학생 때는 공부를 꽤 잘해 비평준화 지역에서 상위권 고등학교라 불리는 용인 수지고에 진학한 김예슬(21). 태어나서 처음 받아본 점수에 망연자실했다. 고등학교 와서 공부에 소홀하고 많이 놀았지만 설마 반에서 꼴등을 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학교 내신은 7등급 언저리였지만 모의고사는 곧잘 봐서 3~4등급을 유지하던 터라 충격은 더 컸다. 학원을 운영하시며 한 번도 공부에 간섭을 하지 않던 아버지가 그때만은 쓴소리를 하셨다. 당시 성적표는 중학생 때 수학을 좋아하고 잘 한 예슬씨에게 무척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고, 정신이 번쩍 들게 한 계기가 됐다.

고등학교 들어와서 손을 놓은 수학을 따라잡으려면 2학년 겨울방학이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당장 중2 <개념 원리>부터 폈다. 기초가 부족해 중학생 때 배운 함수와 도형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예슬씨는 이제 고3이 되는 학생도 4등급 이하라면 중학생 때 배운 기본개념을 다시 공부하라고 추천한다. 2 겨울방학동안 수학을 못 잡음끝이라는 생각으로 중2~3내용을 2주 동안 복습한 뒤, 1 과정인 고등 수학 상 하를 차근차근 풀었다. 문제를 꼼꼼히 읽지 않는 버릇이 있었기에 모든 문제를 하나씩 쓰면서 풀었다. 문제를 옮겨 쓰면서 푸는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 조건이나 단서가 중요한 수학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실수를 줄이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재수할 때 다닌 학원 외에는 사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예슬씨는 혼자 공부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겼다. 부족한 부분은 인터넷 강의(이하 인강)로 보충했다. 강의 내용을 받아 적고, 수업이 끝나면 적은 내용을 연습장에 다시 쓰면서 예제를 풀었다. 개념노트에 정리하고 요약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겨울방학을 보내고 고3 첫 모의고사에서 2등급을 받았고, 그 후 2등급을 유지했다, 내신도 30~40점이나 올랐다. 공부한 결실을 맺는 듯 했다. 그리고 수능, 결과는 생각지도 못한 4등급. 3점짜리 조건부 확률 문제에서 공식을 반대로 쓰는 바람에 답이 안 나와 당황한 나머지 다른 문제까지 못 풀었다. 쉬운 공식이지만 수능이라는 큰 시험에서 당황하니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고. 재수밖에 길이 없었다.

또 하나 간과한 것은 찍은 문제도 제 실력으로 간주했다는 사실입니다. 시험 끝나고 오답 정리할 때 찍어서 맞은 것이나 문제풀이가 틀렸는데 맞은 것은 점수에서 빼 보세요. 그게 진짜 실력입니다.”

 

모르는 문제는 일단 넘어가라

나름 열심히 준비한 수능에서 생각 외의 낮은 점수를 받고 보니 수학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겁이 났다. 나중에 풀어보면 다 아는 문제도 시험에선 틀리기 일쑤. 일단 떨어진 자신감을 되찾는 게 급선무였다. 열심히 했지만 재수기간 내내 수학 성적은 3등급을 넘지 못했다. 9월 모의평가에서는 백분위 80도 나오지 않았다. 9월 모평 이후에는 4점짜리 평가원 기출 문제와 EBS 변형 문제 중심으로 공부했다. 학원 시험에서 10문제 중 2문제밖에 풀지 못하면서 자신감은 더 떨어지고 위축됐다.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은 잘 푸는 것 같은데 저는 손도 못 대겠더라고요. 지금까지 공부한 게 헛수고인가 싶어 기운이 쭉 빠졌어요.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어요. 독기를 품고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보자 생각했죠. 학원 시험 볼 때마다 선생님이 내신 문제와 유사하거나 비슷한 개념을 활용한 문제를 교재를 뒤져서 풀었어요.”

이 정도 노력이면 성적이 올라야 할 것 같지만 수학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수능 보기 3일전 본 사설 모의고사 성적은 엉망이었다. 원점수 60. 118, 2013년 수능에서 극적인 92. 예슬씨는 채점한 뒤 엄청 울었다.

“1번부터 28번까지 채점하는데 손이 떨리고, 마지막 두 문제만 틀린 걸 알고 엉엉 울었습니다. 그동안 수학 때문에 얼마나 힘들고 자존심 상했는지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포기하지 않으니 이렇게 보상을 받는구나 싶었어요.”

2013년 수능에서도 3점짜리 문제에서 막혔다. 하지만 이번엔 작년과 달랐다. 모르는 문제는 그냥 통과했다. 일단 아는 문제를 다 풀고 검산까지 하니 못 푼 문제가 5~8문제 되었다. 당황하지 않고 못 푼 문제를 다시 풀었다. 막히면 또 넘어갔다. 이렇게 서너 차례 반복하니 처음에는 못 풀던 문제가 하나하나 풀리기 시작했고, 갑자기 세 문제가 한꺼번에 풀리기도 했다.

문제 풀다 막히면 넘기라는 선배들의 조언이 괜한 게 아니에요. 막히는 문제를 넘어가는 것이 쉽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연습이 안 되면 실제 수능에서 어려워요. 평소 모의고사에서 계속 이 방법으로 연습하세요.”

가장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30번 문제는 과감히 버리고 나머지는 다 맞히는 96점 전략도 적중했다. 100점이 목표가 아니라면 도저히 풀 자신이 없는 문제는 포기하는 것도 방법. 마지막 문제를 붙잡고 있다가 앞의 문제를 검산하지 못해 실수한 친구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수학을 대하는 기본자세, 자신감

수학에 전력을 쏟느라고 다른 과목 점수가 조금씩 떨어졌지만, 좋은 수학 성적으로 교차지원의 기회를 얻었다. 수학 반영 비율이 높은 아주대 정보통신대학 미디어학과에 지원한 것. 문과 학생이 이과 공부를 하면 힘든 점이 없을까.

처음엔 많이 힘들었죠. 일단 수학과 생물을 필수 이수해야 하는데, 고등학교에서 이과 수학도 안 하고 생물도 안 하고 과학 내신 8등급을 받던 제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다른 친구들이 아는 내용이라고 수업 잘 안 들을 때도 저는 항상 맨 앞자리에서 늘 열심히 외우고 공부했어요, 이렇게 힘든 이과 공부도 해낼 수 있는 건 수능에서 맛본 수학 점수 때문입니다. 당장은 결과가 안 나오는 거 같아도 결국 보상을 받는다는 걸 증명했으니까요. 앞으로 어떤 힘든 일이 닥쳐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예슬씨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나는 할 수 있다는 무모한 자신감을 가지라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를 보면 주눅부터 드는 수학이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어느 순간에는 길이 보이고 풀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말. 경험자가 할 수 있는 값진 조언이다.

 

 

후배가 묻고 예슬씨가 답하다

고등 수학 공부, 어떻게 할까?

 

Q1. 인강, 어떻게 공부하면 좋은가?

자기 의지에 따라 해가 될 수도 있고 득이 될 수도 있다. 많은 학생들이 인강에 실패하는 이유는 수업만 듣고 복습을 충실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강의를 들으면서 선생님이 말하는 내용을 이면지에 받아 적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연습장에 그 내용을 다시 써본다. 기본 문제는 선생님이 풀어주면 굉장히 쉬워 보이지만 혼자 풀려 하면 의외로 어렵다. 직접 손으로 풀어봐야 내 공부가 된다. 마지막으로 개념 노트에 그날 배운 개념을 정리했다. 개념 노트는 한 번에 만들려면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수업 후 바로 정리하는 것이 요령이다.

 

Q2. 어떤 교재로 공부해야 하나?

개념 공부를 끝낸 뒤에는 기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기출, EBS, 사설 문제집 순서가 바람직하다. 1~2 학생에겐 교과서와 수학 익힘책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익힘책을 무시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은데, 내신 대비가 되고 수학 실력도 쌓을 수 있다. 수학 개념서, 교과서. 익힘책으로 공부하고 그동안 본 모의고사 문제 오답을 완벽하게 정리하라. 여유가 있으면 문제집 한 권 정도 더 푸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Q3. 기출 문제를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 감이 안 온다.

모든 풀이는 연습장에 했다. 기출 문제는 맞느냐, 틀리느냐를 알기 위한 것이 아니고 시험을 분석하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 어디인지 체크하는 용도다. 항상 문제 위에 단원명을 쓰고, 못 푼 문제는 어떤 개념이 부족한지 표시하고 비슷한 문제를 풀 때 기억하려고 했다. 연도별 기출 문제는 6 9월 평가원 모의고사 문제가 어떻게 수능에 변형되어 나왔는지 중심으로 출제 원리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Q4. 시험 볼 때 실수를 많이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은가?

단순한 실수로 놓치는 문제가 10점 이상이었다. 그래서 문제는 연습장에 순서대로 적어가면서 풀었다. 그래야 나중에 다시 풀더라도 어떤 부분에서 막혔는지, 어디서 틀렸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2013년 수능에서 모르는 문제는 넘어가고 다시 돌아와 풀었을 때 잘 푼 것도 풀이 과정을 꼼꼼히 적어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습관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닌 만큼 1학년 때부터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Q5. 어려운 4점짜리 문제를 보면 당황해서 도저히 못 풀겠다.

고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 전제는 멘탈 바꾸기. 두려워하지 말고 어렵지 않다고 최면을 걸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4점 문제는 기본 개념을 2~3개 이상 섞어서 출제한다. 어떤 개념을 적용해 문제를 풀지 생각해내는 것이 어렵지만, 여러 문제를 접하면 점차 감이 잡힌다. 도저히 안 풀릴 때는 답지를 보고 풀되 따로 표시해놓고 다음날 수학공부하기 전에 풀고, 그다음 날에도 반복해서 풀어 개념을 완벽히 익힌다.

 

출처 : 원주 횡성 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