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학습 방법

수학 잘하는 법-개념·공식 곱씹어

우사84 2012. 6. 7. 08:59

[명문대생의 생생 공부법] 수학 잘하는 법-개념·공식 곱씹어

고기현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드림컨설턴트 멘토

 

맛있는공부 독자 여러분, 이렇게 만나뵙게 돼 반갑습니다. 고교생 시절, 전 심각한 학습 부진에 시달렸습니다. 내신 성적이 국어 5등급, 수학 7등급, 영어 6등급까지 떨어져 좌절한 적도 있죠.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치열한 고민 끝에 밑바닥에서부터 기초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공부 때문에 괴로워해본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오늘은 여러분이 가장 힘들어하는 수학 공부에 대해 약간의 '팁(tip)'을 드리고자 합니다.

 

수학은 유난히 개인 편차가 큰 과목입니다. 일상에선 거의 쓰이지 않는 기호·문자·정의를 빨리 받아들이고 문제에 잘 활용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그 과정이 선천적으로 더딘 학생도 있습니다. (절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은 후자에 속합니다.)

 

수학을 공부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은 '양(量)'으로 승부를 보려는 자세입니다. 개념을 여러 번 곱씹기보다 문제 풀이에만 급급하는 거죠. 학창 시절의 저 역시 그랬습니다. 문제를 많이 푸는 것으로 수학을 정복하려는 방식은 '선천적 수학 감각'을 지닌 이에게나 통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워낙 수학적 사고력이 뛰어나 일명 '양치기'만 해도 그 결과가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철저하게 '질(質)'에 맞춰 공부해야 합니다. 본격적 문제 풀이 단계를 밟기 전, 개념·공식·정리 등을 반복해 읽으며 직접 손으로 유도하고 증명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수학에서 개념 위주 학습법은 여러 이점을 지닙니다. 우선 계산에서 '증명'은 문자 사용을 익숙하게 해줍니다. 제 경우 대학생이 된 후 수많은 학생을 가르쳤는데 문자 활용 계산 문제를 접했을 때 너나 할 것 없이 당황하곤 했습니다. 숫자와 달리 문자가 수식에 등장하면 따져야 할 사항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a'란 수가 있다고 해볼까요? 흔히 숫자 앞에 '-'가 붙으면 음수를 가리키죠. 따라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a' 역시 음수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만약 a가 0보다 작은 수를 표현한 문자라면 '-a'는 양수가 됩니다. 문자가 숫자보다 헷갈리는 건 그 때문입니다. 수학에서 공식이나 정리를 유도할 땐 '어떤 상황에서도 이 명제가 성립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숫자가 아닌 문자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증명 과정을 자꾸 유도하다 보면 문자에 대한 친숙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사실 응용 문제 속 아이디어의 상당수는 개념 유도 과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번에도 예를 들어볼게요. 우리가 흔히 '멱급수'로 알고 있는 수학적 개념이 있습니다. 등차수열과 등비수열의 곱이 각각의 항인 수열을 가리키는 말이죠. 멱급수를 풀려면 공비를 곱해야 하는데요. 이는 등비수열의 합(合) 공식을 유도하면서 나온 아이디어와 동일합니다. 더 나아가 여러분이 중학교 2학년 때 배운 순환소수 풀이법과도 같습니다. 양 변에 공비를 곱해줌으로써 수열을 한 칸씩 '뒤로 당기는' 셈이죠.

 

이 외에도 수학 공식의 증명·유도 작업이 수학 공부에 도움 되는 구체적 사례는 많지만 지면 사정 상 다 소개할 수 없어 생략하겠습니다. 여러분, 수학 실력을 '타고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레 겁 먹고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끊임없이 '질 중심 학습'으로 노력을 거듭한다면 각자 세운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겁니다. 저도 여러분의 선전을 응원할게요. 파이팅!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