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오딧세이] 수학은 어떻게 허리케인 재난민을 도왔나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강타했다. 강력한 비바람이 뉴올리언스와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등 미국 남부 지역의 주(州)들을 초토화했다. 덩달아 미국 적십자의 인터넷 홈페이지도 마비가 됐다. 재난 지역에 기부금을 내려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리면서 트래픽이 평소보다 14배 이상 증가했던 것이다.
기부금을 받을 수 없게 된 적십자는 콘텐츠 딜리버리 네트워크 업체인 아카마이 테크놀로지에 급히 연락했다. 아카마이 테크놀로지는 ‘부하 관리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8시간 만에 적십자 홈페이지를 정상으로 되돌렸다.
부하 관리 소프트웨어는 트래픽이 인터넷 속도 둔화의 주원인인 ‘미들 마일(middle mile)’를 우회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미들 마일은 인터넷 관련업체와 개인 사용자 컴퓨터를 잇는 구간으로, 트래픽이 몰리면 인터넷 병목현상이 일어난다. 이 소프트웨어는 확률 알고리즘, 조합최적화, 그래프이론 등 다양한 수학 이론을 활용해 트래픽이 지나치게 몰릴 때 미들 마일을 통하지 않는 새로운 경로를 찾아낸다.
적십자는 2009년 캘리포니아 산불과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도 아카마이 테크놀로지의 도움을 받아 트래픽 급증을 무사히 넘겼다.
산업계에서 수학을 활용한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 이달 2일 대전 유성구 전민동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서 열린 제1회 정책포럼에서는 수학이 산업 영역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소개됐다.
◆ 수학 활용해 세금 더 걷고, 바닷속 숨은 석유 찾아낸다
미국의 대표 IT솔루션 회사 IBM은 2009~2010년 미국 뉴욕주 세무국을 위해 ‘세금 징수 예측분석 시스템’을 개발했다. IBM은 자신들의 체스 프로그램 ‘딥 블루’와 제퍼디 게임을 하는 인공지능 ‘왓슨’의 기능을 합쳤다.
이 시스템은 전화, 방문, 영장, 징수 등 세무국의 업무와 납부, 이의 신청, 파산 선언 등 납세자의 반응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최적화된 세금 징수 솔루션을 제시한다. IBM은 ‘마르코프 프로세스’라는 수학 이론을 사용했다. 미래의 상태가 현재에 의해 결정되며 과거는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확률 이론이다.
즉 납세자의 현재 상태를 토대로 추후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다. 납세 의무가 있는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세무국이 얻을 기대수익까지 계산해냈다. 뉴욕주는 이 시스템을 사용한 이후 직원 채용을 하거나 추가 지출 없이 세입을 기존보다 8% 늘렸다. 세무국 직원이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소요하는 시간도 9.3% 단축시키는 효과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