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학습 방법

수학 공부의 양대산맥 '개념 이해와 문제 풀이

우사84 2012. 8. 23. 15:52

가장 많은 학원이 존재하는 과목, 예나 지금이나 단연 '사교육비 1위'인 과목, 학생 간 실력차가 가장 현저하게 드러나는 과목, 고로 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과목. 맞다. '수학' 얘기다. 수학 공부와 관련, 수많은 학생들이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수학 공부는 대체 어떻게 해야 돼요?" "전 개념에 특히 약한 편이거든요. 개념을 확실히 익히는 좋은 방법 없나요?" "문제를 엄청나게 푸는데도 성적이 좀처럼 오르지 않아요. 이유가 뭐죠?"

수학은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도, 본인에게 필요한 부분을 놓치기도 쉬운 과목이다. 하지만 학교도, 학원도 학생들에게 수학 학습에서 정말 중요한 게 뭔지 제대로 전해주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 역시 기계적 문제 풀이에만 급급한 게 현실이다. 수학의 밑바탕은 어디까지나 '논리적 사고 체계'에 있다. 주어진 조건을 분석하고 자신이 지닌 무기를 토대로 멋지게 해답을 도출해나가는 과정 자체가 수학이란 얘기다.

◇덧셈·뺄셈만 능숙하면 되지 않느냐고?

혹자는 이렇게 묻는다. "사칙연산만 할 줄 알면 사는 데 별 지장 없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이 같은 질문은 철저하게 수학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앞서 밝혔듯 수학은 논리적 사고 체계다. 즉 특정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과정 그 자체인 것이다. 따라서 수학에 능한 사람은 인생살이에서 꽤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한 번 상상해보자. 살 빼려고 다짜고짜 굶는 사람과 살 찐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 방식을 찾은 후 구체적 계획을 짜서 실천하는 사람 중 누구의 성공 확률이 더 높을까?

수학의 본질은 단순 계산도, 개념 암기도 아닌 '논리적 문제 해결'이다. 따라서 수학을 잘하려면 일단 △주어진 문제를 확인하고 △목표와 조건을 검토한 후 △현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골라야 한다. 이 과정은 생각 없이 문제를 많이 푼다고 해서, 개념서를 10회 이상 반복 학습한다 해서 능숙해지는 게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념 이해ㅣ'나만의 언어'로 표현하기

상당수의 학생이 '개념 이해'와 '문제 풀이'를 구분 지어 생각한다. 하지만 수학은 결코 개념을 줄줄 외운다고 해서 정복할 수 있는 과목이 아니다. 문제만 많이 푼다고 해서 실력이 느는 과목은 더더욱 아니다.

수학에서 개념 학습은 △문제 이해 단계와 △(문제 풀이에 앞선)'무기' 도입 단계에서 중요하다. 이때 개념이란 '책 속 문장을 글자 그대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나만의 언어와 표현으로 다시 쓸 수 있을 정도로 익히는' 과정을 뜻한다. '함수'를 예로 들어보자. 난 함수를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함수는 양궁과 같다. 궁사는 '정의역', 과녁은 '공역'이다. 활 쏠 때 적용되는 규칙은 두 가지다. 첫째, 모든 궁사는 화살을 한 발씩만 쏜다. 둘째, 그 화살은 결코 빗나가지 않는다." 이때 중요한 건 각자 이해한 개념을 문제 풀이와 별개로 가져가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개념 공부와 문제 풀이는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적지않은 학생이 문제를 풀다 막히면 "난 개념이 약해서…"라며 핑계를 댄다. 하지만 그 중 대부분은 '개념은 알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다.

◇문제 풀이ㅣ잘 안 풀리는 형태에 집중

문제를 풀 땐 '모든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 100개의 문제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중 30개 전후는 아주 쉽고 전형적인 형태로 웬만해선 틀릴 일이 없는 문제다. 이런 문제까지 공들여 풀 필요가 있을까? 문제 풀이의 우선 순위는 어디까지나 '내게 시련과 고통을 안겨주는 문제'여야 한다. '잘 안 풀리는 문제'와 '쉽게 풀리는 문제'에 쏟는 시간은 4대 1 정도로 유지하는 게 적당하다. 따라서 문제를 효율적으로 풀려면 본인이 갖고 있는 문제집에 수록된 문제들을 과감하게 '엄선'할 필요가 있다.

문제를 풀다가 막히면 30분쯤 고민해본 후 해설을 참조하자. 해설 검토 과정에서 잘 몰랐던 개념이 등장하면 해당 개념을 재복습하는 과정도 빼먹어선 안 된다. 모르는 문제가 너무 많이 나온다면 이제까지의 수학 공부가 한참 잘못됐다는 증거이므로 장기 계획부터 새롭게 짜야 한다. 특히 취약한 문제가 있다면 해당 문제를 풀기 위한 '논리적 회로'가 당신의 두뇌에서 아직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데 그 원인이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반복적 훈련이 필수다. 하루 30분씩 별도 시간을 마련해 고민이 필요한 문제를 최소한 2개 이상 들여다보길 권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개념 이해와 문제 풀이는 별개의 개념이 아니다. 개념 이해는 '나만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문제 풀이는 '내가 특히 취약한 문제 위주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글 : 박태균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사과정 '태그멘토 수리영역' 저자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