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학습 방법

교과서를 주목하는 이유

우사84 2012. 11. 12. 13:33

이제 다시, 교과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교과서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교과서가 더 이상 공부의 중심이 아니라는 인식부터 여전히 교과서로 개념을 차근차근 쌓아야 한다는 인식까지, 학년이 높아질수록 교과서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현저하게 줄어 고등학생이 되면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수능이 EBS교재와 연계되면서부터 이런 현상이 더 심해졌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토로.

12년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다룬다는 교과서가 교육 현장에서 외면당하는 이유는 뭘까 ?

소위 상위1% 학생들이 말하는 교과서에 집중하라는 뜻은 뭘까?

우리가 간과한 교과서의 힘은 과연 무엇일까?

 

교과서 외면한 문제풀이가 한계일 수밖에 없는 이유

 

교과서는 학습에 필요한 모든 교재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책이다. 전 학년에 걸쳐 배워야 할 내용을 단계적으로 배울 수 있게 만들어진 교재가 바로 교과서인 셈. 그러나 앞에서 교과서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봤듯이 우리는 교과서를 외면한다.

교과서의 문제는 수준이 낮아서’ ‘선행학습을 했기에’ ‘수능이 EBS교재에서 출제되니까’ ‘교과서를 보면 뭐가 중요한지 잘 몰라서등 교과서를 잘 보지 않는 이유도 다양하다. 그러다 보니 공부=문제집 풀기로 생각하는 학생들도 상당수, 학년이 높아질수록 문제집이나 참고서만 있으면 교과서는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과 부모 역시 이외로 많다.

 

한양대 자원공학과 2학년 황현태 씨는 당장 모의고사를 위해 문제집 위주로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전에 교과서 중심의 개념 정리가 충분히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적이 오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단언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과서를 외면하는 이유와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알아보자.

 

선행학습이 된 우리 아이한테 교과서 수준은 너무 낮다?

 

엄마들이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중 하나가 선행학습이 된 우리 아이에게 교과서의 수준은 너무 낮다는 것이다. 초등 5학년 자녀를 둔 김지민(42)TL선행학습을 기본으로 하니, 교과서가 쉽다고 생각해 심화 문제집 위주로 풀린다. 그런데 아이악 문제를 푼 걸보니 유사한 문제를 반복해 틀린다. 난도가 어려운 문제는 잘 풀면서 개념을 묻는 쉬운 문제를 틀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한숨을 쉰다.

 

정재원(아주대 기계공학과 2)씨는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개념을 단순 암기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학생들이 많다. 공신들이 교과서를 잘 보라는 말은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라는 뜻인데, 기본에는 충실하지 않고 문제 풀이에만 집착하니 같은 개념도 문제 유형에 따라 전혀 다른 문제로 받아들인다. 그러니 성적이 오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는다.

 

교과서는 핵심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시험공부를 하려고 교과서를 폈는데 도대체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제법 많다. 교과서는 학습 목표나 학습주제 등이 명시돼 그 단원에서 얘기하려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려주지만, 많은 학생들은 그런 흐름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중요한 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문제집이나 참고서로 편한 공부를 하려든다는 것.

 

<초등 과목별 교과서 읽기 능력>을 쓴 김명미씨는 머리, 꼬리 다 자른 생선을 보고 무슨 생선인지 알아맞히는 것과 같다. 문제집이나 참고서가 교과서의 핵심 내용을 뽑아놓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전체 흐름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즉 학습 목표와 주제를 통해 그 단원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런 개념이 왜 필요한지, 어디에서 사용되는지 충분히 고민한 뒤에 생각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참고서나 문제집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교과서가 있어야 할 곳은 가방이 아니라 사물함?

 

교과서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학생들이 대다수, 가방이 무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교과서를 집에 가져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공부의 중심이 교과서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니 수업 시간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학교 수업에 집중하면서 교사의 설명을 놓치지 않고 교과서에 적는다.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수학지도사 과정을 강의하는 안정숙 강사는 교사의 설명은 물론, 용어 정의나 참고서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교과서에 적어두고 교과서 페이지를 하나의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처음에는 교과서로 공부하는 것이 더디게 느껴지고 부족한 것 같지만, 교과서로 확실히 개념을 이해한 뒤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활용한 학생이 문제집만 여러 권 풀어 문제 푸는 스킬을 익힌 학생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차근차근 기본기 다지는 데는 교과서가 최고

 

교과서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지만, 교과서만 가지고 공부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교과서, 즉 개념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실력을 다져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

 

황현태씨는 고등학생 때나 지금이나 공부 할 때 개념을 이해하는 데 80%의 비중을 둔다. 반복되는 문제 풀이로 요령을 키우는 것보다 오래 걸리더라도 확실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교과서에서 공식에 대한 설명을 접했다면 뜻을 물론 왜 이런 공식이 나왔는지, 어떤 상황에서 이런 공식이 필요한지 다양한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가 검인정교과서로 종류가 많아 부담이 큰 건 사실이지만, 차곡차곡 기본기를 다져가다 보면 교과서가 조금씩 다르더라도 문제없다는 것이 공신들의 중론.

 

고등학교 허준석 교사 역시 기본기를 강조한다. 가장 기본적인 내용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건너뛰고, 무턱대고 문제만 푸는 공부 방식은 실력을 그 자리에 머물게 하거나 나중에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 허 교사는 1~2학년까지 1~2등급을 받던 학생이 고3이 되어 3~4등급으로 떨어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대충 안다고 넘어가거나 정확한 이해 없이 문제만 풀지 말고, 기초 개념을 흐름 속에서 꿰뚫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것이 교사와 공신들이 말하는 교과서 중심의 공부이자, 교과서의 힘이다.

 

<내신 1%로 가는 교과서 공부법>을 쓴 신성일씨는 학생들이 교과서를 외면하는 진짜 이유는 교과서를 제대로 본 적이 없고, 제대로 볼 줄 모르기 때문이라며 교과서를 활용한 공부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제 다시, 교과서에 집중할 때!

 

초중학생 때는 교과서 중심으로 수업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교과 진도가 빠를 뿐 아니라 수능을 준비하기 위해 고2만 돼도 수업시간에 교과서 대신 EBS교재나 문제집 등을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수업 시간에 교과서를 언제 봤는지도 생각도 안 난다는 학생들이 상당하다. 이런 현상은 수능 문제를 70% 이상 EBS교재와 연계해 출제하겠다는 정부 방침 이후 심해진 게 사실.

 

그러나 2014학년 수능이 고교 교육과정중심의 출제로 개편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문제 풀이 위주로 진행된 고교 수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대입제도과 송선진 과장은 그동안 범교과 영역에서 출제되던 수능을 2014학년부터 교과 중심으로 출제한다. 교과서 중심의 개념 이해와 복습으로 기초를 탄탄하게 하는 것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대학들 역시 변화 움직임을 보인다. 2013학년 수시 전형 논술 시험을 치른 건국대 연세대 이화여대 동국대 홍익대 등이 전반적으로 고등학교 교과서와 EBS교재 내용을 지문으로 활용한 쉬운 문제를 출제했으며, 건국대 4개 지문 가운데 3개가 고등학교 교과서에 출제됐다. 안정숙 강사는 3 딸이 건국대 수시 논술을 봤는데, 교과서 중심의 지문으로 쉽게 출제됐다고 하더라. 그러나 시험을 보고 온 아이는 학교에서 교과서를 본 지가 언젠지 모르겠다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고 전한다.

 

달라지는 입시 제도에 따라 우왕좌왕해서는 낭패를 보기 십상. 여유를 갖고 개념 중심의 준비와 심화 공부를 하다 보면 어떤 입시 제도라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다시 교과서를 주목하는 이유다.

 

출처 : 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