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김상호 박사의 톡 까놓고 진로 talk
교과목으로 진로 찾아보기 ② 수학
수학은 하나의 언어다. 작가와 시인이 모국어로 글을 쓰듯 과학자는 수학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추론하고 검증한다. 수학은 가장 논리적이면서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한 학문이다. 수학은 낮은 단계에선 논리적 계산력을 요구하나 높은 단계의 수학은 소설가와 같은 무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루이스 캐럴(1832~1898)은 동화작가이자 수학자였다.
수학의 대가 힐베르트(23개 수학 난제로 유명)에게 어떤 사람이 수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 소설가로 직업을 바꾼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힐베르트는 “그 사람은 수학자가 되기엔 상상력이 부족했겠지만, 소설가가 되기엔 상상력이 충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입시 중심의 수학교육은 재미없을지 모르지만, 실제 수학의 본질은 그렇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수학에서 스토리텔링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학은 재미없는 계산의 반복이 아니라, 재미있는 소설과 같은 학문이라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수학이 싫어서 이과가 아닌 문과를 선택한다. 수학을 오해한 거다. 수학은 결코 재미없는 학문이 아니다.
수학과목과 관련성이 높은 학과 ※진하게 표시된 분야는 교육과정 내에서 상대적으로 수학 활용이 많은 학과
그렇다면 수학이 많이 활용되는 직업은 어떤 게 있을까? 이공계열 교수, 보험계리인, 자연과학연구원, 경제학자, 금융공학자, 투자분석가, 수학교사, 수학강사, 시장 및 여론조사 전문가 등이 수학을 많이 쓴다. 보험 상품을 만들 경우, 위험성에 대한 확률과 보상 그리고 적정한 보험료 산정은 수학을 통해서 추정이 가능하다. 금융상품의 경우도 수학을 통해서 투자수익률을 계산한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직업 종사자들은 이론적으로 깊은 수학이 아닌 낮은 정도의 수학 실력이면 충분하다.
문과의 경우 엑셀을 이용해 돈이나 물품 관리 등에 수학을 활용한다. 반면 이과의 경우 대수학부터 행렬, 함수 등 다양한 수학이 쓰이는데 특히 미분과 적분을 많이 활용한다. 이과 분야 직업의 경우 공업수학이나 응용수학, 통계학 등이 기술 분야에서 활용되나, 깊게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측량사는 수학을 사용하나 한정된 범위에서 결과 값에 대한 해석이나 특정 프로그램에 수치를 입력하는 정도다. 요즘은 워낙 공학 소프트웨어가 발달해 엔지니어가 직접 계산을 할 일은 많지 않다. 수치를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연산되어 나온다. 따라서 연구직이 아니라면, 실제 현장에선 연산보다 결과 해석 중심으로 수학을 활용한다.
수학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학과는 자연계열의 수학과, 통계학과, 물리학과 등이다. 그 외 공학계열의 대부분의 전공에서 수학이 많이 쓰인다. 반면 의약계열의 경우 수학 활용도가 높지 않다. 실제 대학이나 취업 현장에선 보건의료통계 정도가 활용될 뿐이다. 따라서 수학에 자신이 없는 이과 성향의 학생이라면 의약계열이나 생명과학계통의 학과를 택하면 도움이 된다. 흔히 문과 학과의 경우 수학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계열 학과의 경우 대부분 통계학이 중요한 과목이며, 경제학이나 경영학과의 경우 금융수학, 경제경영수학, 통계학, 계량경제학 등을 배운다.
수학은 평범한 직업인에겐 의미 없는 숫자일지 모르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언어 중 하나다.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수학은 어느 국가나 어느 직업군에서나 통한다. 그래서 수학은 전문가 집단에서 많이 활용되는 언어다.
수학과목과 관련성이 높은 학과 ※진하게 표시된 분야는 교육과정 내에서 상대적으로 수학 활용이 많은 학과
단언컨대 수학은 인간이 만든 가장 완벽한 언어다. 영국의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말처럼 ‘이 세상을 만든 창조주가 있다면, 그 창조주의 직업은 수학자’였을 것이다.
김상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연구원 <톡 까놓고 직업 톡> 저자
출처 : 한겨레 신문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8&aid=0002227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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