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호 박사의 톡 까놓고 교과목 톡 ① 수학
세상 모든 비밀을 푸는 가장 값싼 도구
많은 사람들이 숫자를 떠올리면‘악!’하는 비명소리를 낸다. 수학은 학생들을 질리게 하는 수악한(手握汗) 존재다. 왜 수학은 학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어려우면서 가장 먼저 포기하는 교과목이 된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재미없게 배웠기 때문이며, 수학이 얼마나 유용한 학문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학은 세상의 진리와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값싼 도구이다.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이 세상 수많은 숨겨진 진리의 비밀을 밝힐 수 있다. 작게는 내가 언제 죽을 지부터, 크게는 우주의 나이와 생성 원리, 미래를 수학을 통해 밝혀 낼 수 있다. 정규분포를 만들어낸 드무아브르는 자신의 수면 시간이 매일 15분씩 길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등차수열을 이용해 자신이 죽을 날을 1754년으로 예측하고, 실제 1754년 그의 나이 87세에 죽었다. 상대성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의 연구 도구는 연필과 종이였다. 오로지 연필과 종이 위에 수학을 활용해 특수상대성원리와 일반상대성원리를 발표하면서 시간과 공간이 결합돼 있음을 밝혀냈고, 뉴턴은 떨어지는 사과를 보면서 수학을 활용해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만유인력을 발견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컴퓨터, 자동차, 항공기, 스마트폰 등 이 모두가 수학이 있기에 가능한 것들이다. 인류 과학 및 문명은 수학이 만들어 낸 산물이다.
이미 수천 년 전, 철학자들은 수학의 위대함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수천 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수학의 중요성을 전혀 알지 못하고 살아간다. BC 500년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피타고라스는 만물의 근원을‘수’라고 말했다. 필자는 학생시절 이 말을 듣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비웃었지만,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이 얼마나 기발하고 아름다운 생각인지를 알게 됐다. 세계적 석학 스티븐 호킹은 그의 저서『위대한 설계』에서 이 세상에 창조주가 있다면 그는 아마 수학자가 직업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우주의 원리가 수학과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일상 곳곳에 녹아 있는 수학
수학은 진리를 탐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노벨상이 없다. 그래서 수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필즈상이라는 것이 있다. 노벨이 수학상을 만들지 않는 것은 수학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다. 대부분 국가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조차 수학의 활용 범위와 중요성을 모르고 단순히 계산하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수학은 우리 일상 속 어디에 쓰일까. 각종 임상실험을 통해 치료약이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보건의료통계가 활용된다. 일상의 컴퓨터는 이진법으로 연산된다. 일기예보 또한 각종 정보를 수로 전환해 날씨를 예측한다. 우리는 투자의 위험성과 수익률을 수로 전환해, 각종 이론과 모형에 대입해 금융시장을 움직인다. 매일 보는 지하철 노선도 또한 단순화를 강조한 위상수학의 활용 결과다. 각종 문자언어를 수로 바꿔 암호로 만들기도 하며, 비행기·선박·인공위성도 수학자 데카르트가 만들어낸 좌표를 활용한다.
또한 건축물의 미적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 기하학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피보나치수열(1, 1, 2, 3, 5, 8…)은 인간이 가장 미적 안정감을 느끼는 황금 비율을 만드는 원리다. 이런 수열을 응용해 건축물이나, A4용지의 가로 및 세로의 비율을 정하기도 한다. 그 외 각종 학문에서 수학이 활용되나 그 활용도가 넓어 일일이 열거하는 것이 구차하다. 그만큼 수학은 우리 일상의 곳곳에 녹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직업세계에서 바라본 수학
그럼, 직업세계에서 수학은 어떻게 쓰일까. 먼저 연구원은 수학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직업이다. 인문사회학 연구원이든, 자연과학연구원이든 모두 수학을 많이 활용하나 자연과학 연구원이 더 많이 활용할 것이다. 연구는 크게 이론연구와 응용연구로 나눌 수 있다. 이론연구에 있어서 수학은 매우 중요하나 응용연구에 있어서는 비교적 그 활용이 적다. 이론연구에서 수학을 많이 활용하는 이유는 자신의 가설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도구가 수학이기 때문이다. 앞서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원리를 증명하기 위해 시간과 공간을 결합하는 실험을 하기엔 수많은 제약이 있으나 수학은 그런 제약이 거의 없다. 이론 분야 연구직의 경우 각종 가정 하에 수학적 기법을 통한 증명, 연산 등을 반복한다. 예컨대 비둘기가 난다든지, 접시가 돌아가는 것 등의 행태를 수식으로 표시하고 검증하는 수학적 방법을 활용한다.
21세기 가장 어렵다는 이론 가운데 하나인 양자물리학 책을 살펴보면, 시작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수식에서 수식으로 끝나버린다. 이들은 가장 창의적인 수학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사실 현실 속에서 이렇게 어려운 수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직업은 극히 일부다. 응용연구의 경우 이론연구보다 수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지만, 통계학, 함수, 행렬, 미적분 등의 제한된 범위의 수학을 많이 활용한다. 모형의 설정 및 검증, 결과 해석 등이 주요 사용범위다.
그렇다면 수학이 많이 활용되는 직업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공계열 교수, 보험계리인, 자연과학 연구원, 경제학자, 금융공학자, 투자분석가, 수학 교사, 수학 강사, 시장 및 여론조사 전문가 등의 직업에서 수학을 많이 활용한다. 특히 수학을 많이 활용하는 분야는 보험계리인과 금융공학자와 같은 직업이다. 보험 상품을 만들 경우, 위험성에 대한 확률과 보상, 그리고 적정한 보험료 산정은 수학을 통해서 추정이 가능하다. 금융상품의 경우도 수학을 통해서 투자 수익률을 계산한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직업종사자들은 수학이 아닌 산수 정도, 기껏해야 엑셀을 이용한 돈이나 물품 관리 정도에 산수를 사용한다. 각종 엔지니어나 측량사의 경우 수학을 사용하나 이 또한 한정된 범위에서 결과 값에 대한 해석이나 특정 프로그램에 수치를 입력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초중등학교 수학 교사, 초중등 학원의 수학 강사의 경우 매우 일상적으로 수학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수학은 앞서 제시한 창의적인 수학이 아닌 기계적인 수학이다. 오히려 문제풀기로 접근하는 편이 빠를 것이다.
수학은 최고 전문가를 위한 국제통용어
수학은 평범한 직업인에겐 의미 없는 숫자일지 모르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수학은 반드시 필요한 언어 중 하나다.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수학은 어느 국가 어느 직업에서도 통한다. 수학을 잘한다는 것은 국제통용어를 하나 배우는 것이다. 어느 국가나 어느 학문이나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학회라는 집단이 있다. 이 학회라는 집단에서 발간되는 논문집을 보면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가 영어, 중국어도 아닌‘수학’이란 언어다. 그 학회가 공학과 관련된 학회든 법률학회든 심지어 철학 관련 학회든 모두 수학이라는 언어를 활용한다.
참고로 수학 가운데 가장 현실에서 많이 활용되는 영역은 확률과 통계부분이다. 왜 확률과 통계가 많이 활용될까. 바로 현실과 미래를 가장 쉽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잘 아는 아인슈타인은 모든 우주와 이 세상을 확정적으로 봤지만, 보어와 코펜하겐 학파의 양자론에서 말하는 세상은 확률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 아인슈타인은 오늘날 실험결과를 보면‘신은 주사위 놀이를 좋아 한다’고 말할 것이다. 당신의 적성과 미래 성공의 여부도 확률로 계산할 수 있다. 수학은 당신이 궁금해 하는 많은 미스터리와 같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도구다.
수학은 가장 창의력이 필요한 학문이나 오늘날 우리 교육은 수학을 창의력이 철저히 무시된 수리와 계산으로 전락시켰다. 수학은 결코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계산하는 학문이 아니다. 수학은 창의적인 학문이며 진리에 다가서기 위한 학문이다. 부끄럽지만 필자 또한 불혹의 나이를 넘겨서야 수학을 왜 배웠는지 알았다. 수학을 싫어하는 많은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이론 가운데 하나인 우아하고도 아름다운 수식‘E=mc2’은 수학의 산물이다. 수학은 진리를 갈구하는 최고 전문가를 위한 국제통용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은 이 세상 모든 진리를 숫자로 숨겨뒀다. 이것이 우리가 수학을 배우는 진정한 이유다.
성균관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했다. 직업, 진로와 관련해 200여 편의 논문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주요 저서로『톡 까놓고 직업 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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